1. 최우식의 연기 변신
《살인 장난감》은 넷플릭스에서 2024년 공개된 8부작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원작은 웹툰 < 살인 장난감 >이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 분)이 우연한 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우연’이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연속되는 패턴처럼 반복된다는 점이다. 평범한 청년이 ‘살인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철저히 따라가며, 시청자에게 윤리와 도덕의 경계를 계속해서 질문한다.
최우식은 그동안 보여준 순수하고 소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심리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충격 속에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사건이 거듭될수록 그의 내면에는 죄책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쾌감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탕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 중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에, 시청자는 끊임없이 혼란에 빠진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람이 선인가, 악인가? 《 살인 장난감 》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이 모호함에서 나온다.
최우식의 연기는 극의 리듬을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그는 한마디 대사 없이도 눈빛, 표정, 몸짓 하나로 이탕의 공포, 후회, 그리고 이상한 쾌락까지 표현한다. 특히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장면에서의 호흡과 떨림은 시청자마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처럼 《 살인 장난감 》은 배우 최우식이 가진 섬세함과 깊이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2. 손석구의 냉철한 추적자
극 중 또 다른 중심축은 장난감 형사 역을 맡은 손석구다. 이름부터 이색적인 이 인물은, 살인의 배후를 쫓으며 이탕의 정체에 서서히 접근해간다. 기존의 형사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그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오히려 범죄자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려 한다. ‘살인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를 파헤치려는 듯한 그의 접근 방식은, 단순히 범인을 체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응시하게 만든다.
손석구는 장난감이라는 캐릭터에 특유의 무심함과 날카로움을 부여한다. 그는 말이 많지 않지만, 대사 하나하나에 무게가 있고 시선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탕과의 심리적인 거리, 점점 좁혀지는 관계성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주요한 장치다. 그는 단순한 추적자가 아니라, 이탕의 또 다른 거울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두 인물이 결국 서로를 통해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형사 장난감의 시선은 관객이 극을 따라가는 중심축이다. 그는 수많은 단서를 연결하며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살인 사건을 좇는다. 하지만 그의 추적이 완벽해질수록, 동시에 인간의 모순된 본성도 드러난다. 과연 그는 진짜 정의로운 존재인가? 혹은 이탕을 이해하고 싶은 또 다른 이면의 살인자는 아닐까? 이처럼 《 살인 장난감 》은 형사 캐릭터조차도 흑백으로 나누지 않는다. 손석구의 묵직한 연기가 그 경계를 더욱 명확하게 흔든다.
3. 선과 악
《 살인 장난감 》은 단순한 범죄물이나 스릴러를 넘어선다.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지점은 철학적 질문이다. 사람이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 그는 곧바로 악인이 되는가? 아니면 정당방위나 필연적인 결과로 치부할 수 있는가? 드라마는 이를 단정짓지 않는다. 오히려 그 ‘회색 지대’를 끊임없이 보여주며, 시청자 스스로가 판단하게 만든다.
이탕의 살인은 시작부터 ‘의도하지 않은 폭력’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반복되고, 그는 점점 ‘피해자’가 아닌 ‘행위자’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죄책감과 도덕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목격하게 되고, 때로는 그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반감을 느낀다. 이 같은 모호함이 《 살인 장난감 》의 핵심이며, 기존 드라마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인간을 해석한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한 도덕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 계층, 가족, 청년의 미래와 불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이탕의 살인과 맞닿아 있다. 결국 우리는 단순한 살인자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 속에서 누가 ‘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스릴러이자 심리극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에 대한 우회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4. 한국형 스릴러
《 살인 장난감 》은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매우 높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습기찬 톤의 미장센은 이탕의 불안정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살인이 발생하는 장면마다 정교하게 구성된 카메라 무빙과 사운드는 몰입도를 높이며, 단순한 ‘공포’가 아닌 ‘긴장’을 전달한다.
배경 설정은 도심의 어두운 뒷골목, 복잡한 빌라, 습한 지하주차장 등 일상적인 공간을 활용하지만, 연출을 통해 낯설고 불쾌한 분위기로 변모시킨다. 이 같은 시도는 ‘일상 속 살인’이라는 컨셉을 더욱 강화시켜주며, 시청자에게 언제든 누구든 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전달한다.
또한 음악의 사용 역시 탁월하다. 배경음악은 최소한으로 사용되며, 오히려 정적이 강조되는 순간들이 더 많다. 이는 인물의 호흡, 주변 소음, 발소리 등을 강조함으로써 심리적인 압박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 살인 장난감 》은 미장센과 사운드,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형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 《 살인 장난감 》은 최우식과 손석구의 밀도 높은 연기를 바탕으로, 살인과 도덕, 정의의 경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스릴러다. 긴장감과 질문을 동시에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