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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폭삭 속았수다" 1~5화 리뷰(제주, 성장, 감성)

by bongba 2025. 3. 30.

넷플릭스 드라마"폭삭 속았수다" 관련 사진1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2024)’는 제주 방언으로 “정말 속았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제주도의 시간을 살아낸 한 여성의 생애를 따라가는 감성 서사극이다. 임상춘 작가의 섬세한 대사, 김원석 감독 특유의 시네마틱한 연출, 그리고 안은진·박해일을 비롯한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맞물리며 단순한 ‘인생극’을 넘어선 시대와 개인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1~5화는 애순(안은진/김윤태)의 어린 시절부터 청춘기의 갈등과 이별까지를 그리며 그녀의 삶을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정교하게 펼쳐 보인다.

제주

1화는 제주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 애순이 어린 시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빼어난 학업 능력과 호기심을 지닌 애순은 시골 소녀이지만, 마음속엔 끓는 열망과 미래에 대한 갈망이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반부는 영상미와 함께 애순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화에서는 소년 ‘관식’(박해일/최영우)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가 확장된다. 관식은 과묵하지만 다정한 성격으로, 애순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첫사랑을 넘어서, 서로의 생존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자리잡는다.

초반부에서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제주어 대사와 그에 따른 감정 전달력이다. 자막 없이 들으면 낯설지만, 대사 하나하나에 실린 정서와 리듬감은 오히려 ‘서울말’보다 더 생생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성장

3화는 애순의 청춘기로 진입하며, 그녀가 학교를 포기하고 현실에 부딪히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가난, 가족의 기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제약들… 이 모든 것이 겹쳐지며, 애순은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시험당한다.

이 시기 애순은 가족을 위해 꿈을 미뤄야 하는 선택, 그리고 관식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무너지지 않는다. 늘 담담하게, 묵묵히, 그리고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4화는 제주 4·3 사건의 그림자를 배경에 깔고 있으며, 역사와 개인이 얽히는 무거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폭력과 억압, 침묵이 지배하던 그 시대 속에서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만들어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두 화에서는 특히 이정은 배우의 존재감이 빛난다. 애순의 엄마 역할로 등장하는 그녀는 말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전하는 감정의 무게를 절묘하게 표현한다. 감독은 과장된 클라이맥스 없이, 조용한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삶의 단면을 시적인 연출로 보여준다.

감성

5화는 애순이 제주를 떠날 준비를 하며 겪는 마지막 갈등과 선택을 담고 있다. 관식과의 관계는 완전히 어긋났고, 가족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순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 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바로 ‘말하지 않는 대사들’이다.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긴 애순,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을을 걷는 관식… 그 누구도 큰소리로 사랑이나 원망을 말하지 않지만, 그 모든 감정이 침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슬로우 템포와 장면 전환, 잔잔한 음악을 통해 한 소녀가 ‘이별’을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조용히 보여준다. 5화를 끝으로, 드라마는 애순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전환점에 도달한다. 그 순간까지 함께해온 관객은 이제 그녀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폭삭 속았수다’는 단지 한 여성의 인생사를 따라가는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제주라는 섬, 한 시대의 역사,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한 인물의 눈을 통해 섬세하고도 깊게 담아낸다. 1~5화까지는 그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미 우리는 애순이라는 인물 안에 우리의 어머니, 누나, 딸, 혹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건, 이 드라마가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픔은 조용하고, 기쁨은 잔잔하며, 감동은 자연스럽다. 이것이 바로 ‘폭삭 속았수다’가 특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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