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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도적 세계관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괴수물이나 액션물이 아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거인’과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생존 이야기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점차 거대한 세계관과 정치적, 철학적 질문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처음 시청을 시작하면, 높은 벽 안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들이 등장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거인들의 침입과 참극을 목격하게 된다. 초반은 숨 돌릴 틈 없는 긴장과 충격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엘런 예거, 미카사 아커만, 아르민 알레르토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거인에 대항하는 이유를 품고 있다. 엘런은 복수심과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미카사는 가족애와 보호 본능으로, 아르민은 지적 호기심과 이상을 품고 전투에 뛰어든다. 이 세 인물은 관객의 시선을 끌고 끌면서, 거대한 서사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거인’ 자체보다도 그들을 둘러싼 ‘시스템’과 ‘역사’가 진짜 적이라는 사실이다. 인류가 지닌 편견, 증오,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를 갉아먹으며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조차 명확히 정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전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2. 변화
‘진격의 거인’을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은 단연 엘런 예거다. 그는 초반에는 정의롭고 열정적인 청년으로 등장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복잡한 존재로 변모한다. 그 변화의 과정은 이 작품의 핵심 테마다. 엘런은 단순히 거인을 무찌르고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자유’라는 이름 아래, 때로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며 행동한다.
특히 파이널 시즌에 접어들면서, 엘런은 인류의 적과 동료의 구분을 넘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목표를 위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엘런의 변화는 배신이 아니라, 성장과 변질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는 소년에서 병사로, 병사에서 지도자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파괴자가 된다.
엘런의 여정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지도자들과 개인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상을 품었던 이들이 어떻게 점점 현실에 물들어가는지를 보여주며,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깊게 파헤친다. 그래서 엘런이라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찬사와 동시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복합적인 감정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다.
3. 연출과 음악
‘진격의 거인’이 단순히 스토리로만 평가받는 작품이 아님은, 그 뛰어난 연출과 비주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고공 입체기동 전투 장면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든다. 캐릭터들이 입체기동장치를 이용해 도시와 숲을 가로지르며 펼치는 전투는, 스피드와 입체감을 동시에 살린 최고의 액션 시퀀스다.
미장센은 무겁고 거친 톤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잃지 않는다. 도시의 폐허, 벽의 거대함, 거인의 기괴한 움직임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통일된 비전을 위해 봉사한다. 특히 거인의 등장 장면에서는 압도적인 공포감과 동시에 인간 존재의 나약함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난다.
음악 역시 걸작이다. 사와노 히로유키가 만든 사운드트랙은 작품의 긴장감과 감동을 극대화한다. ‘Guren no Yumiya(홍련의 활)’를 비롯해 ‘Barricades’, ‘Call Your Name’ 같은 곡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서사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특히 주요 전투 장면이나 감정의 절정에서 음악이 삽입될 때, 관객은 그야말로 작품과 일체화되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고화질로 제공되는 ‘진격의 거인’ 시리즈는 이러한 연출과 음악의 정수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OTT 최적화 스트리밍 덕분에 거대한 서사와 장대한 액션을 집에서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4. 끝없는 질문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결말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회를 다 본 후에도 수많은 질문이 남는다. ‘자유란 무엇인가?’, ‘증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가?’, ‘누구의 정의가 옳은가?’ 같은 문제들은 답을 주지 않고 관객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작품은 ‘적’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한다. 거대한 벽 밖에는 더 넓은 세계가 있었고, 벽 안의 인류가 ‘선’이 아니라, 또 다른 가해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쟁, 민족, 국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세계와 인간 본성에 대한 대서사시로 남게 된다.
특히 최종화에 다다르면, 엘런과 미카사, 아르민이 선택하는 길은 누구도 완벽하게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들의 선택은 사랑, 증오, 책임, 희생이 뒤엉킨 결과물이며, 관객에게 깊은 씁쓸함과 함께 작은 희망을 남긴다. 이 복합적인 감정이야말로 ‘진격의 거인’이 위대한 이유다.
넷플릭스에서 ‘진격의 거인’을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지금, 이 걸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음미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거대한 벽을 넘고,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진격의 거인’은 거대한 벽 너머에 숨겨진 인간성과 자유를 탐구하는 대서사시다. 압도적인 스토리와 액션, 깊은 철학적 메시지가 어우러진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 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