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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대치동 스캔들" 리뷰(입시, 권력, 드라마)

by bongba 2025. 3. 28.

넷플릭스 영화"대치동 스캔들" 관련 사진

‘대치동 스캔들(2024)’은 대한민국 학벌 중심 사회의 심장부라 불리는 강남 대치동을 배경으로, 입시와 교육이 지배하는 세계 속 숨겨진 욕망과 비리를 정면으로 조명하는 사회파 드라마다. 겉으론 완벽한 학부모와 자녀, 그리고 명문고라는 이상적인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 질투, 권력 투쟁이 입시 스릴러의 형식으로 펼쳐지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드라마 이상의 리얼함, 현실과 픽션이 교차하는 묘한 불편함 속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자극을 넘어서 한국 교육 시스템의 민낯을 고발한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가 다룬 입시 중심 사회의 구조, 권력과 위선이 얽힌 인간 관계, 그리고 대치동이라는 공간이 가진 상징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들여다본다.

입시

‘대치동 스캔들’의 가장 큰 강점은, 대한민국 교육의 극단적 단면을 리얼하게 그려낸 배경과 서사다. 영화는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학부모 커뮤니티, 일류 강사의 인기 경쟁, 학생들 간의 성적 질투 등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화가 단순히 과장된 자극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 민정은 전직 입시 컨설턴트이자 현재는 평범한 엄마로 위장하고 대치동에 입성한다. 그러나 그녀의 등장은 마치 조용한 물속에 돌을 던진 듯, 학원가와 학부모 사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민정이 밝히려는 진실은 단지 개인적 복수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부패 구조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극 중 등장하는 모범적인 명문고 학생도, 스타 강사도, ‘선한 척’하는 학부모도 결국 입시 성공이라는 목적 앞에서 자신의 도덕성을 포기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내며, 입시라는 목표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권력

‘대치동 스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입시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주요 세 축, 학부모 – 학교 – 학원의 권력 관계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학부모는 교육 소비자인 동시에 권력자이며, 학교는 행정기관이면서도 줄 세우기의 실질적 운영자, 학원은 교육보다 마케팅과 정치력이 더 중요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특히 중후반부에 밝혀지는 ‘내신 조작 의혹’과 ‘특정 학생 밀어주기’ 문제는 영화의 가장 큰 갈등 요소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연합을 맺고, 정보를 은폐하며, 학교 측과 담합하기도 한다. 여기엔 더 이상 ‘아이를 위한 교육’은 없고, 오직 ‘나의 성공을 대리하는 아이’만 존재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한국 교육의 또 다른 문제, 결과 중심 사고와 비정한 비교문화를 비판한다.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스캔들’을 만들어가며,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도 모호해진다. 이 혼란 속에서, 관객은 “나는 과연 이들과 얼마나 다를까?”라는 자기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

‘대치동’은 이 영화의 주제이자, 거의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한다. 잘 정리된 골목, 수십 개의 학원 간판, 명문고 배정표, 브랜드 커피숍에서 이어지는 정보 교류… 이 모든 풍경은 한국 교육 문화의 축소판이다. 영화는 이 공간이 가진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시로 인물들의 시선과 풍경을 교차시킨다.

감독은 대치동을 단지 하나의 배경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회의 집단적 욕망이 가장 밀도 높게 응축된 공간으로 설정하고, 이 공간이 만들어낸 사고방식과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부모는 아이보다 더 초조하고, 아이는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조종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모두가 가면을 써야 한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이곳이 단지 스캔들의 무대가 아니라 구조적 병리의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결국 영화의 결말은 어떤 명쾌한 해결이나 통쾌한 복수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가해자도 피해자도 각자의 방식으로 부서져가며, 대치동이라는 시스템이 여전히 굳건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대치동 스캔들’은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다. 이 영화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탐욕과 위선을 치밀하게 파헤치며, 입시가 아닌, 인간을 응시하는 스릴러다. 현실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뉴스들이 스토리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된다. 이 영화는 단지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해온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가장 무서운 건 성적도, 경쟁도 아니다. 무감각해진 마음이 만들어내는 냉혹한 세계, 그것이 바로 ‘대치동 스캔들’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