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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위플래쉬" 리뷰(열정, 음악, 광기)

by bongba 2025. 3. 26.

넷플릭스 영화"위플래쉬" 관련 사진

2015년 개봉한 영화 ‘위플래쉬(Whiplash)’는 음악을 사랑하는 한 청년과 그를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스승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광기를 그린 작품이다. 단순한 음악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예술에 대한 집착, 성공을 향한 압박, 인간 심리의 한계까지 담겨 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과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의 폭발적인 연기는 관객을 긴장과 몰입의 끝으로 이끈다. 본 리뷰에서는 ‘위플래쉬’의 열정적인 청춘 서사, 음악이라는 소재가 전하는 강박의 본질, 그리고 광기와 천재성의 경계를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열정

주인공 앤드류는 드러머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평범한 음악학도다. 그러나 그의 열정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그는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친구, 가족, 연애, 건강 —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포기하면서 오로지 ‘위대한 음악가’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좇는다.

앤드류의 이런 집착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다. 그는 음악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한다. 그에겐 이 길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 열정은 영화 초반에는 응원하고 싶은 꿈처럼 보이지만, 점점 관객에게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드럼을 치고, 악보를 외우며 고립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감동보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열정이 언제 고통으로 바뀌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그 과정의 잔혹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위플래쉬’는 그 과정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은 스스로 묻게 된다. “나는 나의 꿈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음악

‘위플래쉬’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 관계의 텐션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이야기 자체를 이끄는 주체다. 플레처 교수가 지휘하는 밴드는 더 이상 즐거운 예술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전장과 같고, 매 연주는 전투와 같다.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두려움과 압박이다. 타이밍 하나, 음정 하나 틀리면 가차 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플레처의 모습은 음악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순적이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최고의 연주자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가 던지는 이 말은 관객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래야만 하나?”

특히 음악이 흐르는 장면의 편집과 사운드 믹싱은 관객의 심장을 죄어온다. 드럼 비트는 단순한 리듬이 아닌, 앤드류의 심장 소리처럼 느껴지고, 빠르게 교차되는 클로즈업은 마치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음악이 아름다움이 아닌, 광기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 것이다.

광기

영화 ‘위플래쉬’의 핵심은 바로 플레처 교수와 앤드류의 관계에 있다. 플레처는 겉보기엔 잔혹한 악당처럼 보인다. 학생에게 욕을 퍼붓고, 물건을 던지며,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이 ‘진짜 천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관객조차도 그의 방식에 설득당할 뻔한 순간이 생긴다.

앤드류 또한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그는 플레처의 방식에 고통받으면서도, 끝내 그를 이기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인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광기와 천재성 사이의 경계에 서게 된다. 플레처의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류가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낸다.

결국 영화는 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예술은 고통에서 태어나는가?” 그리고 명확한 답은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박수를 치게 된다. 마지막 드럼 연주 후, 플레처와 앤드류가 교차하는 눈빛 속에는 서로를 인정하는 감정이 담겨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둘 다 ‘괴물’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영화는 그 광경을 찬란하게 비춘다.

 

‘위플래쉬’는 단순히 음악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꿈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고, 관계를 찢으며, 결국 새로운 자아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심리극이다. 열정은 때로는 미덕이지만, 때로는 광기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 묻게 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신 안에 있다. 위플래쉬는 그저 그 질문을 던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