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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줄스" 리뷰(외계인과의 동거, 노년의 서사, 외로움의 풍경)

by bongba 2025. 4. 1.

넷플릭스 영화"줄스" 관련 사진

넷플릭스 영화 ‘줄스(Jules, 2023)’는 외계인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드라마라고 하기엔 또 묘하게 유쾌한 정서가 흐르는 소소하고 따뜻한 감성 힐링 영화다. 주인공 밀튼(벤 킹슬리)은 고독한 노년을 보내던 중, 자신의 뒷마당에 추락한 외계인을 만나며 서서히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줄스는 인간도 외계인도 아닌 ‘공감의 존재’로 기능하며, 잊고 지냈던 감정과 연결을 회복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SF와 힐링드라마의 경계에서 나이 든다는 것, 잃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해 잔잔하지만 깊은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외계인과의 동거, 그러나 이건 감정의 이야기

‘줄스’‘줄스’의 줄거리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정치 행사장에서 엉뚱한 건의만 반복하는 노인 밀튼은 동네에서 이상한 노인 취급을 받으며 자신만의 루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정원에 외계인이 탄 우주선이 떨어진다. 그리고 등장한 작은 외계인을 그는 별 설명 없이 “줄스”라 이름 붙인다. 줄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표정도 없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밀튼에게는 아무도 주지 않던 관심, 대화, 존재감이 된다. 이 영화가 놀라운 건, 줄스를 ‘우정의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밀튼은 줄스를 통해 자신과 비슷하게 외로운 두 노인(샌디, 조이스)과 관계를 맺고,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 상실, 외로움을 꺼내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격하지 않다. 눈물을 억지로 짜내지도 않고, 우정을 영웅담처럼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세 명의 노인이 ‘줄스’라는 존재를 통해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줄스는 더 이상 외계인이 아니다. 그는 말 없는 거울이자, 잊혀진 감정의 되돌이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줄스를 통해 밀튼은 외로운 이웃들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은 줄스를 돌보며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꺼내고, 삶의 희미했던 색을 되찾는다. 줄스는 우정을 위한 장치이자,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벤 킹슬리의 묵직한 연기와 노년의 서사

줄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벤 킹슬리의 연기다. 오스카 수상자답게, 그는 무표정한 얼굴 속에 슬픔, 고립감, 잊힘에 대한 두려움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밀튼은 점차 기억이 흐릿해지고,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해지며, 사회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다. 그는 존재감을 상실한 노인이다. 하지만 줄스와의 동거는 그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는 다시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고, 웃으며 사람을 만난다. 감독은 이 모든 과정을 과장 없이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슬프고도 웃기며, 쓸쓸하지만 따뜻한 감정을 ‘노년’이라는 프리즘으로 조용히 투영한다. 특히 기억을 잃어가는 밀튼이 줄스를 마치 가족처럼 챙기고 작별을 준비하는 장면은 그 어떤 SF 영화보다 감정의 진폭이 크다. 노년의 우정, 상실, 그리고 받아들임. 이 영화는 그 복잡한 감정을 정말 섬세하고 조용히 풀어낸다.

감독은 이러한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노년의 상실과 회복을 조명한다. 특히 줄스와의 작별 장면은 감정의 깊이를 극대화한다. 과장 없는 표현과 현실적인 접근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SF보다 더 현실적인 외로움의 풍경

이 영화는 외계인을 등장시키지만, 실제로는 외로움과 고립의 영화다. 사람들이 말은 많지만 진심은 없고, 눈을 마주치지만 마음은 닫혀 있다. 그런 시대에, 줄스라는 ‘감정을 말하지 않고도 교감하는 존재’는 더없이 큰 위로가 된다. SF 장르의 클리셰 – 정부 요원의 등장, 은폐 시도 등 – 도 잠깐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 모든 요소를 오히려 풍자와 코미디로 풀어낸다. 즉, 줄스는 위대한 존재도, 무서운 존재도 아닌 그저 조용히 사람을 연결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드라마도, 극적인 구원도 아닌 서로 곁에 있어주는 존재 그 자체라고. 그리고 그 메시지는 줄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이어진다. 조용히 다가와 깊게 남는 영화 ‘줄스’는 스펙터클도, 화려한 VFX도 없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데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영화가 드물다. 어쩌면 외계인보다 더 낯선 건 사람끼리의 감정, 연결, 이해인지도 모른다. 줄스는 그 낯섦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관객의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데운다. 이 영화는 외계인과의 만남이 아닌,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동화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힐링일지도 모른다.

결국 줄스는 외계 생명체라기보다, 잊혀졌던 감정의 환기 장치이며, 인간성 회복의 매개체다. 우리가 필요한 건 말 한 마디가 아닌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줄스’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영화다. 외계인을 통한 감정 회복이라는 색다른 주제를 소박한 연출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