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배의 연속
‘1승’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배구 이야기로, 단 한 번의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없이 지고 또 지는 경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경기의 승패를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배구라는 스포츠의 룰이나 기술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땀과 우정을 중심에 둔다.
이야기의 중심은 여자 배구팀과 그 팀을 이끄는 신입 감독 우진(안재홍)이다. 우진은 스포츠계에서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어쩌면 배구에 대한 깊은 전문성도 부족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팀원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실력보다 먼저 신뢰를 쌓으며 팀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집스럽고 투덜거리던 선수들도, 점차 그 진심에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어 간다.
영화는 경기 장면보다 경기 외적인 일상, 연습, 그리고 갈등의 순간을 통해 팀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패배 속에서도 웃고, 울고, 함께 지내며 만들어지는 가족 같은 유대감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그래서 ‘1승’이라는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어떻게 이 팀이 1승을 향해 나아가는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2. 리더십 및 에너지
‘1승’의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연기에 있다. 안재홍은 그동안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를 다수 연기해 왔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그의 캐릭터 우진은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상은 아니다. 오히려 실수도 많고, 말투도 어눌하지만, 선수들에게 마음을 주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진심은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팀이 변화하는 동력이 된다.
우진은 승리에 집착하기보다는, 함께 걷는 사람들을 먼저 본다. 그런 태도는 영화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안재홍은 그 복잡한 감정과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독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장윤주는 팀의 중심 공격수 ‘미숙’ 역을 맡아 또 다른 에너지를 더한다. 모델 출신인 그녀는 놀라운 운동감과 리얼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팀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을 훌륭히 표현했다. 미숙은 거칠고 솔직하며 때로는 반항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책임감과 동료애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장윤주는 현실감 있는 대사 전달과 몸으로 연기하는 방식으로 캐릭터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이 두 인물이 중심이 되어 끌고 가는 팀은 하나의 사회 축소판처럼 보인다. 다양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며 완전체가 되어가는 과정. 그 안에서 리더십과 연대, 포기의 순간을 넘는 희망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3. 결과가 아닌 과정
이 영화에서 말하는 ‘1승’은 단순히 경기에서 얻는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 감독과 선수들 각자가 겪는 삶의 ‘1승’, 개인적인 극복과 성장의 순간들까지 모두 포함된 의미다. 영화는 이를 유머와 감동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패배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실수에도 웃을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진짜 승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감독 우진은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점점 ‘진짜 감독’이 되어간다. 선수들 역시 과거의 실패와 상처를 끌어안으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 모든 과정이 반복되고 쌓여 팀은 비로소 첫 번째 승리를 얻는다. 그래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극적인 ‘1승’보다, 그 전까지의 고된 연습과 실패의 순간들에 있다.
‘1승’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의미 있는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삶을 비춘다. 영화 속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우리의 일상과 겹치며, ‘나도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를 전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일종의 삶에 대한 비유로 읽히기도 한다.
유머도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교훈적인 분위기로 가지 않으면서, 일상 속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대사와 연출은 관객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희망을 말하면서도 현실의 씁쓸함을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은, ‘1승’만의 따뜻한 무기를 완성한다.
4. 가능성
‘1승’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한 CG 없이도, 따뜻한 이야기와 진심 어린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작품이다. 연출의 세밀함, 편집의 매끄러움, 그리고 전체적인 톤 앤 무드는 ‘웰메이드 한국 영화’의 기준을 보여준다.
감독 신연식은 이 영화를 통해 스포츠 장르에 휴먼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인물 중심의 서사를 조화롭게 끌고 나간다. 또한 경기 장면은 사실감 있게 그려지되, 클리셰를 벗어나 새로운 감정선과 전개 방식으로 감동을 극대화한다. '팀워크는 단순히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철학은 영화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이어진다.
또한 이 작품은 OTT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을 잘 활용했다. 긴 호흡보다는 핵심 장면들로 압축되어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며, 영화적 메시지를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하게 전달한다. 디즈니+라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 영화가 얼마나 따뜻하면서도 보편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사례다.
결국 ‘1승’은 작은 팀이 만들어낸 기적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와 용기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승리보다 중요한 ‘함께의 의미’를 말하며,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다.
디즈니+ 영화 ‘1승’은 패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여자 배구팀의 감동 실화를 그린 휴먼 스포츠 드라마다. 안재홍과 장윤주의 진심 어린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