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La La Land)’는 2016년 개봉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음악, 사랑, 꿈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아름답고도 애틋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에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아 로맨스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깊이 있게 표현했으며, 아름다운 OST와 황홀한 색채미, 클래식한 연출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본 리뷰에서는 라라랜드의 뮤지컬 연출의 매력, 현실적 사랑의 이면,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과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의 감동을 다시 짚어본다.
황홀한 연출
‘라라랜드’는 오프닝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LA의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뮤지컬 장면은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십 명의 배우가 차량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촬영되었으며, 이는 뮤지컬 장르 특유의 라이브 감성을 영화적으로 극대화한 연출이다.
또한 영화는 각 장면마다 특정 색을 중심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미아(에마 스톤)가 친구들과 파티에 가는 장면에서는 화려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별빛이 쏟아지는 천문대 장면에서는 몽환적인 푸른빛이 감돈다. 이처럼 색채는 인물의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는 장치로 작용하며, 뮤지컬 넘버와 함께 감정 몰입도를 높인다.
음악 또한 영화의 큰 자산이다. ‘City of Stars’,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의 곡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극 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서사적 도구다. 특히 미아가 오디션 장면에서 부르는 솔로곡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음악과 연출의 조화는 라라랜드를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사랑의 서사
라라랜드는 판타지처럼 시작하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통해 자극받고 성장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결국에는 각자의 꿈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이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현실 속 사랑이란 항상 함께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음을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둘의 이별은 갈등이나 배신이 아니라, 꿈이라는 또 다른 사랑을 선택한 결과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열고, 미아는 배우로서 성공한다. 하지만 몇 년 후 우연히 다시 마주친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짧은 눈빛 교환, 상상의 장면, 그리고 마지막 미소는 수많은 감정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웠던 사랑을 추억하게 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현실적 로맨스에 있다. 사랑이 곧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 그리고 때로는 함께하지 않아도 서로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통찰은, 청춘의 사랑을 한 번쯤 겪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라라랜드는 판타지 속 사랑이 아니라, 삶 속 사랑을 그려낸다.
선택과 도전
‘라라랜드’는 단지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아는 오디션에서 수없이 거절당하면서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세바스찬은 전통 재즈를 지키기 위해 상업성과 타협하기도 한다. 이들의 여정은 실제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 창작자들, 혹은 평범한 청춘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꿈을 좇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때로는 무모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세바스찬이 재즈 밴드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색을 잃고 괴로워하는 장면, 미아가 오디션에서 스스로를 부정당한 듯한 좌절감을 느끼는 장면은 꿈을 좇는 이들이 반드시 마주하는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길에서 끝까지 버틴다.
결국 라라랜드는 말한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걷지 못할 수도 있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길을 선택한 자만이 자신만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과거의 사랑조차 미소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라라랜드’는 단순한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과 색채, 감정과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 속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과 꿈, 그 어느 것도 완벽하게 갖지 못했지만, 둘 다 진심으로 애썼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관객 각자의 인생에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꿈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은 끝났지만, 진심은 남아 있을까? 라라랜드는 그 모든 감정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남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City of Stars’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