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오션스8(Ocean’s 8)’은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여성 주인공들로만 구성된 팀이 대담한 보석 절도를 벌이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장르의 정수를 보여준다. 샌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이 총출동해 스타일리시한 범죄와 우아한 전략을 펼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리뷰에서는 ‘오션스8’을 여성 중심 케이퍼 무비의 매력, 치밀한 범죄 전개의 짜임새, 그리고 눈을 사로잡는 스타일과 패션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여성 중심 무비
‘오션스8’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여성 캐릭터만으로 구성된 범죄 팀이라는 점이다. 전작 ‘오션스11’ 시리즈가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등 남성 캐릭터 중심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데비 오션(샌드라 블록)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의 팀워크와 케미스트리를 내세운다. 그들은 전형적인 ‘강한 남자’ 대신, 스마트하고 감각적이며 세련된 전략으로 미션을 수행한다.
영화는 단순히 ‘여성판 오션스’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다. 각 캐릭터는 독립적인 기술과 배경을 지녔고, 그들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친구나 동료 이상의 감정선을 내포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루는 데비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행동하며, 해커 ‘나인볼’(리아나), 주얼리 장인 ‘아미타’(민디 캘링) 등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이 빛난다.
이 여성 케이퍼 팀은 힘보다는 머리, 격투보다는 기술, 과시는 자제하고 효율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기존 범죄 영화의 남성 중심 클리셰를 뒤엎는다. 특히 이 영화는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성의 시선과 세계관으로 범죄극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젠더 전환이 아닌, 서사의 구조와 톤 자체를 다르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범죄 전개
‘오션스8’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완벽한 ‘계획물’이다. 목표는 뉴욕 메트갈라(Met Gala)에서 전시될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를 훔치기 위한 계획은 시작부터 섬세하게 짜여진다. 감옥에서 출소한 데비 오션은 첫 장면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를 하나씩 실행해나가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절도 계획은 ‘보석의 위치 파악 → 내부자 포섭 → 보안 시스템 해킹 → 긴급 상황 대비’까지 단계별로 체계화되어 있다. 각 캐릭터가 맡는 역할이 명확하며, 관객이 함께 퍼즐을 맞추듯 전개되는 방식은 큰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긴장과 유머, 우아함이 함께하는 이 영화만의 리듬은 전작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더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진짜 반전’이 숨어 있다. 절도가 성공한 줄 알았지만, 그 너머에 숨겨진 또 하나의 트릭은 관객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데비 오션은 단순히 보석을 훔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개인적 복수와 정의 구현이라는 다층적인 목표를 실현한다. 이 서사는 범죄물의 쾌감과 함께 도덕적 만족까지 제공한다.
또 다른 주인공
‘오션스8’은 눈이 즐거운 영화다. 뉴욕 메트갈라라는 공간 자체가 패션의 최고 무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일의 향연이다. 드레스 코드,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공간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스타일’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셀러브리티 ‘다프네 클루거’는 영화 속 ‘패션 아이콘’으로 묘사된다. 그녀가 착용한 목걸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핵심이다. 의상 하나하나가 미술과 패션을 넘나들며 기능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영화의 중심축이 된다. 특히 영화 속 파티 장면은 실재한 메트갈라 이벤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어 더욱 리얼하고 감각적이다.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패션은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데비는 깔끔하고 절제된 수트를, 루는 빈티지한 감각의 재킷을, 다프네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이들은 모두 범죄를 위한 ‘위장’ 수단일 뿐 아니라, 캐릭터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시각적 코드다. 패션이 단순한 외형이 아닌 서사적 장치로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션스8’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스타일과 지능, 우정과 복수가 절묘하게 엮인 한 편의 세련된 쇼이자 선언이다. 여성이 중심이 되어도 범죄극은 충분히 통쾌할 수 있고, 범죄의 과정도 충분히 정교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만약 당신이 스타일리시한 범죄 영화, 그리고 여성 캐릭터의 강인한 서사를 보고 싶다면 ‘오션스8’은 꼭 한번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