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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아동, 빈곤, 현실)

by bongba 2025. 3. 27.

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 관련 사진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는 디즈니월드 바로 옆, 눈부신 햇살 아래 존재하는 미국 빈곤층의 삶을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 작품이다. 쇼핑몰 색의 모텔, 아이스크림과 장난기,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불안정한 삶. 이 영화는 아동과 빈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처럼 다가가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룬다. 감독 션 베이커는 독립영화 특유의 리얼리즘과 따뜻한 시선을 결합해, 현대 사회의 양극화와 제도의 사각지대를 은근히 꼬집는다. 본 리뷰에서는 아이의 시선에서 본 빈곤의 현실, 엄마와 아이의 생존 방식, 그리고 이 영화가 전하는 묵직한 사회 메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아동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주인공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보여준다. 여섯 살 아이의 시야는 언제나 햇살 가득하고, 모텔 벽은 분홍색이며, 삶은 모험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관객은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즉 가난과 불안정한 삶의 틈새를 끊임없이 포착하게 된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바로 이 간극에서 나온다.

무니는 디즈니월드 인근 저가 모텔 ‘매직 캐슬’에서 엄마 헤일리(브리아 비나이테)와 함께 살아간다. 아이는 그곳이 호텔인지 집인지도 모른 채 친구들과 뛰어놀고 장난을 친다. 아이스크림을 훔치고, 관광객을 놀래키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일상이 무해하게 보이지만, 그 배경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수많은 미국 빈곤층의 현실이다.

무니의 시선은 순수하지만, 그녀가 겪는 환경은 그렇지 않다. 감춰진 집세 미납, 일자리 부재, 성인물 촬영, 경찰의 개입 등은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위태롭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는다. 대신 무니가 느끼는 감정과 에너지로 이야기한다. 관객은 아이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그녀의 강인함에 놀라게 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울린다.

빈곤

영화 속 엄마 헤일리는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며, 때로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딸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정규직 일자리는커녕 모텔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무니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이 모순적인 감정의 동시존재는 영화의 핵심이자 감동의 중심이다.

헤일리는 제도 밖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녀는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때로는 거칠게 저항하며 아이를 키운다. 그녀가 택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는 옳지 않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이기에 더욱 절박하다. 모텔 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영화는 ‘정상적인 가정’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헤일리를 비판하면서도 연민하게 되고, 무니를 걱정하면서도 그녀의 행복을 응원하게 된다. 이 복잡한 감정이 영화의 깊이를 만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생존을 위한 모든 감정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사회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정말 이게 개인만의 문제인가?” 하고 말이다.

현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회적 제도와 규범의 경계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텔 매니저 바비(윌렘 대포)는 이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때론 보호하고, 때론 엄격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제도와 비제도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의 존재는 관객이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디즈니월드라는 ‘꿈의 공간’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강조한다. 화려한 놀이공원의 환상 뒤에는 저소득층 모텔의 칙칙한 벽과 고장 난 에어컨, 그리고 아이의 울음이 있다. 이 대비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불균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마지막 장면, 무니가 친구와 함께 디즈니월드로 도망치듯 달려가는 시퀀스는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실제 촬영 허가 없이 아이폰으로 찍었다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리얼리즘을 압축하면서도 한 줄기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결국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보호이며, 사회가 품어야 할 대상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작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아이의 시선으로 시작해, 엄마의 생존기를 지나, 사회의 그림자까지 담아낸 이 영화는 ‘우리 사회는 누구를 보호하고 있나’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 감정을 끌어낸다. 한 번쯤은 화려한 것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