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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베테랑' 리뷰(현실감 넘치는 영웅의 등장, 현실적 악역, 류승완 감독, 명장면) 1. 현실감 넘치는 영웅의 등장'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는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완벽한 주인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는 거칠고 말투도 투박하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서도철이야말로 관객이 진짜 현실 속에서 만나고 싶은 경찰, 나를 대신해 소리쳐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초반부는 경쾌하고 유쾌하다. 차량 밀수범을 추격하며 보여주는 그의 활약은 능청스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시킨다.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청년 노동자의 의문사 사건을 접하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을 쫓던 서도철은 점차 한국 사회의 깊은 구조적 문제와 마주하게 되고, 상대가 평범한 범죄자가 아닌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손에 쥔 재벌 3세 조태오라는 것을 알게 된다. .. 2025. 4. 6.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 리뷰(킬러의 내면, 정지된 폭력의 미학, 감정, 질문) 1. 킬러의 내면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킬러(The Killer)’는 표면적으로는 킬러 복수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접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액션 영화의 흐름과는 전혀 다릅니다. 총성과 폭발보다는 정적과 절제가 주된 분위기입니다. 주인공은 철저히 이성과 통제를 강조하는 인물입니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삶에 익숙한 그는, 실수 하나로 삶 전체가 흔들립니다.그의 복수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없애려는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내부 독백으로 이루어진 서사는 관객을 자연스럽게 그의 머릿속으로 데려가고, 외로움과 고립의 정서를 끊임없이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을 버리려는 이 인물에게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보게 됩니다. 단단하게 닫힌 마음속 미세한 균열, 그것이 이 영화의 .. 2025. 4. 6.
넷플릭스 영화"줄스" 리뷰(외계인과의 동거, 노년의 서사, 외로움의 풍경) 넷플릭스 영화 ‘줄스(Jules, 2023)’는 외계인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드라마라고 하기엔 또 묘하게 유쾌한 정서가 흐르는 소소하고 따뜻한 감성 힐링 영화다. 주인공 밀튼(벤 킹슬리)은 고독한 노년을 보내던 중, 자신의 뒷마당에 추락한 외계인을 만나며 서서히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줄스는 인간도 외계인도 아닌 ‘공감의 존재’로 기능하며, 잊고 지냈던 감정과 연결을 회복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SF와 힐링드라마의 경계에서 나이 든다는 것, 잃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해 잔잔하지만 깊은 시선으로 이야기한다.외계인과의 동거, 그러나 이건 감정의 이야기‘줄스’‘줄스’의 줄거리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정치 행사장에서 엉뚱한 건의만 반복하는 노인 밀튼은 동네에서 이상한 노인 .. 2025. 4. 1.
넷플릭스 영화"창궐" 리뷰(좀비, 사극, 액션 활극) 2018년 개봉한 영화 **‘창궐’**은 조선 후기라는 역사적 배경 위에, 한국형 좀비라 할 수 있는 ‘야귀’라는 개념을 결합한 독특한 장르 하이브리드 영화다. 사극과 좀비, 거기에 액션 활극 요소까지 결합해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시도를 보여준 작품이며, 넷플릭스 공개 이후 국내외에서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현빈과 장동건이라는 톱스타의 격돌, 그리고 혼란한 조선 사회와 권력 다툼 속에서 터지는 좀비 아포칼립스는 스케일, 볼거리, 장르적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지 좀비 액션만이 아닌 당시 조선의 민심, 권력의 부패, 가족과 백성을 위한 희생이라는 메시지도 숨어 있다.좀비‘창궐’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좀비를 한국적인 개념으로 재해석한 ‘야귀’라는 존재다. 야귀는 단순히 인간.. 2025. 4. 1.
넷플릭스 드라마"대도시의 사랑법" 리뷰(청춘, 퀴어, 서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감성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지 LGBTQ+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의 감정, 연결, 상실, 그리고 자기 존재의 서사를 극도로 섬세한 연출과 절제된 연기로 풀어낸다. ‘사랑한다는 말이 왜 이리 어려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는 감정의 거리감, 자기 회피, 감정 전달의 실패를 날카롭게 건드린다. 퀴어라는 정체성 안에 담긴 보편적인 외로움, 대도시의 풍경 안에 스며 있는 침묵의 감정들. 모든 장면이 조용하지만 진하게 마음을 흔드는 영화다.청춘‘대도시의 사랑법’은 시작부터 서울이라는 도시.. 2025. 3. 31.
넷플릭스 드라마"폭싹 속았수다" 6~마지막화 리뷰(눈물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2024)’는 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제주도의 역사, 여성의 삶, 세대의 감정을 조용히 풀어내는 대서사시다. 6화부터 10화까지는 주인공 애순이 청춘을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그 속에서 마주하는 이별과 인연, 꿈과 현실, 책임과 상실이 겹겹이 쌓인다. 가슴이 조이고, 눈물이 나고, 다시 위로받는 이 구간은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선 삶의 진심이 녹아든 파트다.6~7화: 뒤틀린 인연과 씁쓸한 성장6화에서는 애순과 관식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는다. 어릴 적 순수했던 두 사람의 감정은, 사회의 구조와 집안 사정, 무심히 지나치는 타이밍 앞에서 점차 어긋난다. 애순은 여전히 관식을 향한 애틋함을 품고 있지만, 관식은 점점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워간다.이 시기 애순.. 2025.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