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압도적 세계관‘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괴수물이나 액션물이 아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거인’과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생존 이야기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점차 거대한 세계관과 정치적, 철학적 질문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처음 시청을 시작하면, 높은 벽 안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들이 등장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거인들의 침입과 참극을 목격하게 된다. 초반은 숨 돌릴 틈 없는 긴장과 충격으로 전개된다.주인공 엘런 예거, 미카사 아커만, 아르민 알레르토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거인에 대항하는 이유를 품고 있다. 엘런은 복수심과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미카사는 가족애와 보호 본능으로, 아르민은 지적 호기심과 이상을 품고 전투에 뛰어든다. 이 세 인물은 관객의 시선을 끌고 끌면서, 거대한 서사의..

1. 달에 홀로 남은 청년‘더 문(The Moon)’은 한국 SF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다. 202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우주 탐사를 다룬 본격 SF 블록버스터로, 달 탐사 도중 고립된 한 청년과 그를 지구에서 구하려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우주’라는 공간, ‘고립’이라는 극한의 설정을 활용하며, 관객에게 전혀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한다.주인공 손우(도경수)는 한국의 달 탐사선 ‘우리호’에 탑승한 유일한 생존자다. 우주선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파괴되면서, 그는 달 표면에 홀로 남겨진다. 통신은 불안정하고, 산소는 제한적이며, 구출을 위한 시도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이 설정은 생존 영화의 구조를 갖추면서도, 우주라는 비일상적인 배경 덕분에 긴장감과..

1. 인간의 본질을 묻다2023년 개봉한 영화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한국인 선교단이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 기반 영화다. 당시 전 국민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국가와 종교, 외교와 생명의 가치가 얽힌 복합적인 사안이었다. ‘교섭’은 이처럼 민감한 사건을 섬세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영화는 납치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외교부 직원 정재호(황정민 분)와 현지에서 활동하던 정보요원 박대식(현빈 분)이 힘을 합쳐 협상에 나서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언뜻 보면 익숙한 구조일 수 있지만, ‘교섭’이 특별한 이유는 그 배경이 실제로 일어난 참혹한 사건이며, 이를 감정 과잉이나 자극..

1. 죽은 자의 날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Coco)’는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멕시코의 전통 문화인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배경으로, 죽음과 기억, 가족과 예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는 죽음을 공포나 이별이 아닌, 기억을 통해 영원히 이어지는 관계로 재해석하며, 시청자에게 감동과 철학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사랑하는 12살 소년이다. 그러나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하고 있다. 증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떠났다는 오랜 상처 때문이다. 미겔은 그 규칙을 어기고 음악가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우연히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조상들을 만나고, 가족의 ..

1. 패배의 연속‘1승’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배구 이야기로, 단 한 번의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없이 지고 또 지는 경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경기의 승패를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배구라는 스포츠의 룰이나 기술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땀과 우정을 중심에 둔다.이야기의 중심은 여자 배구팀과 그 팀을 이끄는 신입 감독 우진(안재홍)이다. 우진은 스포츠계에서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어쩌면 배구에 대한 깊은 전문성도 부족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팀원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실력보다 먼저 신뢰를 쌓으며 팀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집스럽고 투덜거리던 ..

1. 실화를 바탕영화 ‘시민덕희’는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2024년 초 극장가를 강타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긴 영화다. 극 중 주인공 ‘덕희’는 평범한 은행 창구직원으로, 단순한 감정노동 이상의 책임감과 정의감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도와준 손님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충격은 곧 그녀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이 지점을 시작으로 ‘한 명의 시민’이 어떤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준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보이스피싱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매우 익숙하고도 고통스러운 주제다. 하지만 ‘시민덕희’는 단순히 피해자의 시선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를 인지한 뒤 가만히 있지 않고..